© 이불. 이미지 제공: 이불. 사진: 윤형문
40년간 갈고 닦은 선구적인 다학제적 작업으로 잘 알려진 이불 작가의 작품 세계는 조각, 설치, 퍼포먼스, 회화를 아우른다. 작가는 1990년대에 유토피아적 이상, 기술 변화, 나약한 인간의 야망을 다룬 도발적이고 장르를 뛰어넘는 예술로 국제적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사회적 규범에 대항하는 작가의 초창기 퍼포먼스와 소프트 조각은 종종 사이보그 형상을 통해 포스트휴머니즘과 젠더 정치에 대한 고찰을 다뤘다.
이불 작가의 작업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확장되어 기계와 유기체가 혼합된 하이브리드 형체, 건축 구조물, 표면을 거울로 장식한 대규모 몰입형 설치물로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러한 작품의 작용은 관객에게 다양한 감각을 매개로 한 공간과 지각(知覺) 경험을 선사한다. 철학, 문학, 실험적 건축으로부터 깊은 영향을 받은 작가는 작품을 도구 삼아 기술, 역사, 다양한 사변적 미래의 교차점을 파고든다. 작품의 주제나 형식에는 자유와 해방이라는 두 개념이 깊이 깃들게 된다. 따라서 작가의 예술 활동은 정치적, 사회적, 예술적 제약에 대한 지속적인 탐색, 그리고 이를 초월하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할 수 있다.
2024년, 이불 작가는 메트로폴리탄미술관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미술관의 5번가 파사드의 상징적인 ‘니쉬(niche)’를 위한 조각을 제작했다. 《제네시스 파사드 커미션: 이불, 롱테일 헤일로(The Genesis Facade Commission: Lee Bul, Long Tail Halo)》는 2024년 9월 12일에 공개되어 2025년 6월 10일까지 전시된다.
이불, <The Secret Sharer III>, 2024, 스테인리스스틸, 폴리카보네이트, 아크릴릭, 폴리우레탄, 가변크기, 《제네시스 파사드 커미션: 이불, 롱테일 헤일로(The Genesis Facade Commission: Lee Bul, Long Tail Halo)》 전시 전경, 메트로폴리탄미술관, 2024 © 이불. 이미지 제공: 이불, 뉴욕타임즈. 사진: 토니 세니콜라(Tony Cenicola) / 뉴욕타임즈
이불, <Untitled (Anagram Leather #11 T.O.T.)>, 2003/2018, 섬유유리 캐스팅 위에 가죽, 스테인리스스틸, 스테인리스스틸 와이, 115 x 75 x 65 cm / 45 1/4 x 29 1/2 x 25 5/8 in © 이불. 이미지 제공: 이불. 사진: 전병철
하우저앤워스의 마크 파요(Marc Payot) 대표는 다음과 같이 소감을 밝혔다: ‘하우저앤워스는 이불 작가를 기쁜 마음으로 맞이하며, BB&M과 협력하여 이 놀라운 아티스트의 업적을 더 많은 관객에게 소개할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불 작가는 자타공인, 당대 가장 뛰어난 한국 아티스트입니다. 개념적 엄격함과 물질성에 대한 미묘한 접근 방식이 깊고 심오한 휴머니즘으로써 결합되어 작품이 탄생하고, 발전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매번 새롭고 흥미로운 길이 열립니다. 이불 작가는 하우저앤워스 전속 아티스트, 특히 필리다 발로우(Phyllida Barlow)와 루이즈 부르주아(Louise Bourgeois)에 대한 존경심을 표했으며, 저희 프로그램의 세부 요소들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에 감탄했습니다. 40년의 세월 동안 작가는 초기 작품의 감성, 인습 타파적 퍼포먼스, 시각 예술의 형식과 개념적 경계를 확장한 다중감각 설치 작품들을 통해 선구자로서 차세대 예술가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습니다. 아트바젤 홍콩에서의 프레젠테이션과 내년 뉴욕에서 저희 갤러리와 함께할 첫 전시, 그리고 그 후에 다가올 수 개월, 수 년 동안 지속될 협업이 기대됩니다.’
하우저앤워스는 2025년 3월 아트바젤 홍콩 프레젠테이션에서 조각 <Untitled (Anagram Leather #11 T.O.T.)>(2003/2018)와 두 폭 회화 신작 <Perdu CCIX>(2025)를 선보일 예정이다. 작가의 설치와 조각 작품은 현대 기술과 공상 과학의 전형성과 맞닿아 있는 메탈릭하고도 미래지향적인 미학을 구현하는 한편, 기술의 다양한 영역을 탐구하는 평면 작업은 여러 접근법과 관점을 통해 기존의 기술 개념에 도전하고 그 범위를 확장하고자 한다.
이불 작가와 관련된 향후 계획으로는 서울 리움미술관과 홍콩 M+가 공동 기획한 대규모 순회 전시가 있으며 2025년 9월 리움미술관에서 시작하여 2026년 3월 M+로 이어진 후 주요 해외 기관으로 순회할 예정이다.
이불, <Cyborg W1, W2, W4; W6>, 1998; 2001, 실리콘 캐스팅, 폴리우레탄 충전제, 페인트 안료; FRP 위에 에틸렌-비닐, 아세테이트 패널, 폴리우레탄 코팅, 전시 전경, 리움미술관, 2021 © 이불. 이미지 제공: 이불, 리움미술관. 사진: 한도희
작가 소개
이불(1964년생, 영주)은 대한민국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 홍익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한 작가는 일찍이 아름다움, 부패, 쇠퇴를 주제로 장르와 분야를 넘나드는 다면적이고 도발적인 작품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하랄트 제만(Harald Szeemann),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Hans Ulrich Obrist), 오쿠이 엔위저(Okwui Enwezor) 등 이불을 지지하는 영향력 있는 큐레이터들은 오늘날 상징이 된 이불의 작품 중 일부를 1990년대 글로벌 현대미술의 출현에 필수적인 요소로 꼽았다.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선보인 <Majestic Splendor>(1997)는 썩어가는 물고기를 스팽글로 장식한 설치 작업으로, 하랄트 제만이 직접 1999년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인 《dAPERTutto》의 출품작으로 선정하였다. 같은 해 한국관에 노래방 설치 작품 <Amateurs>(1999)와 <Gravity Greater Than Velocity I, II>(1999)가 출품 되었고 작가의 두 전시 모두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불은 2000년대 초반 기계와 유기체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조각을 선보이며 신체와 기술의 관계에 대한 탐색을 지속했다. 작가의 <Cyborg>와 <Anagram> 시리즈는 완벽함이라는 테크노유토피아적 이상을 둘러싼 우리의 환상과 불안을 다루는 한편, 초기 퍼포먼스를 위해 제작한 가변적이고 체외적 소프트 조각을 떠올리게 한다.
이불, <Willing To Be Vulnerable—Metalized Balloon>, 2015-2016, 메탈라이즈드 필름, 투명 필름, 송풍기, 설치 시 300 x 1700 x 300 cm /118 1/8 x 669 5/16 x 118 1/8 in, 《Lee Bul: Crashing》 전시 전경, 헤이워드갤러리, 2018 © 이불. 이미지 제공: 이불, 헤이워드갤러리. 사진: 린다 나일린드(Linda Nylind)
이불, <Perdu CCIX>, 2025, 자개, 황마 캔버스 위 아크릴릭, 알루미늄 베이스 패널, 스테인리스스틸 액자, 226.6 x 163.3 x 6.5 cm / 89 1/4 x 64 5/16 x 2 9/16 in © 이불. 이미지 제공: 이불. 사진: 전병철
이후 이불은 반체제 인사의 딸로서 당시 한국의 사회적, 정치적 격변기를 보낸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유토피아적 근대성과 진보주의 프로젝트의 흥망성쇠라는 오랜 주제의 연구를 계속했다. 2005년 뉴질랜드에서 레지던시를 마친 이불은 더 나은 문명을 건설하기 위한 역사적 프로젝트의 폐허를 계속해서 탐구하기 위해 조각 작품과 그와 연계된 종이 및 캔버스 작업을 포함한 작품 활동에 수했다. 이불은 오늘날까지 실패한 진보주의적 이상이 남긴 ‘우울한 흔적’을 돌아보며 이 광활한 주제에 대한 고찰을 이어오고 있다.
이불의 작품은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Metropolitan Museum of Art, New York), 뉴욕 솔로몬 R. 구겐하임미술관(Solomon R. Guggenheim Museum, New York),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미술관(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미니애폴리스 워커아트센터(Walker Art Center, Minneapolis), 런던 테이트모던(Tate Modern, London), 런던 대영박물관(British Museum, London), 무담 룩셈부르크현대미술관(Musée d’Art Moderne Grand Duc Jean, Luxembourg), 오타와 캐나다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y of Canada, Ottawa), 멜버른 빅토리아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y of Victoria, Melbourne), 홍콩 M+(M+, Hong Kong), 도쿄 모리미술관(Mori Art Museum, Tokyo), 가나자와 21세기현대미술관(21st Century Museum of Contemporary Art, Kanazawa), 서울 리움미술관(Leeum Museum of Art, Seoul), 서울 아모레퍼시픽미술관(Amorepacific Museum of Art, Seoul), 국립현대미술관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 등 전세계의 저명한 기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또한 이불은 제9회 루스바움가르트상(9th Ruth Baumgarte Art Award)(2023), 시카고 예술대학교 명예 박사학위(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2022), 호암 예술상 (2019), 프랑스 문화부 문화예술공로훈장 오피시에(Insignia of Officier, Ordre des Arts et des Lettres, Ministry of Culture, France)(2016), 광주비엔날레재단 눈예술상(2014), 그리고 제48 회 베니스비엔날레에 기여한 공로로 특별상(Menzione d’Onore, the 48th Venice Biennale) (1999)을 수여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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